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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달] 독립영화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 다달 4호 (2026.06.01.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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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댄스>

정소희│2014│다큐멘터리│9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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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지 않는 동성 결혼식을 기대하며


글. 김규진


부쩍 동성 결혼식에 많이 참석하고 있다. 점점 아는 동성 커플이 많아져서일지도, 대한민국이 조금이나마 더 허용적인 사회가 되어서일지도, 혹은 그냥 내가 흔히들 주변에서 결혼을 많이 하는 삼십 대 중반의 나이여서일 수도 있다. 물론 법적으로 혼인도 하지 못하는 동성 부부에게 적령기가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신랑이 둘, 혹은 신부가 둘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동성 결혼식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축하하는 마음으로 모여 일정 수준의 현금을 지불하고, 박수를 많이 치다가 다 함께 사진을 찍고 밥을 먹는 큰 틀은 여느 식과 대동소이하다. 조금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혼주석이 차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 평균적으로 이성 커플의 결혼식 대비 하객의 수가 적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핸드폰을 쳐다보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 정도일까. 다시 생각해 보니 확실히, 퀴어 웨딩은 대개 축하의 밀도가 남달랐다. 벌써 6년도 더 된 내 결혼식만 해도, 친구들은 물론 드레스를 잡아주는 도우미분들과 호텔 지배인까지 감동의 눈물을 흘렸으니까. 이 대목에서 삐딱해지는 이성애자가 있다면 너무 질투하지 말라. 축의금 상자의 무게는 하객 집중도와 반비례하는 편이다.

2014년 작인 <퍼스트 댄스>의 정소희 감독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가도 별로 기억도 남지 않고 당사자도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는 결혼식 따위는 다니고 싶지 않았" 던 그는 레즈비언 커플인 선민과 로렌의 웨딩을 "서로를 아껴주고 진정으로 함께하고픈 그 마음과 그들을 따뜻한 시선과 지지를 해주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이 함께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이라고 회고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나누고자 다큐멘터리 영화로 담았다.

영화는 대학원에서 처음 만나 5년간 함께 살아온 커플, 선민과 로렌의 결혼식 전후 약 일주일간의 이야기이다. 보스턴의 한 공원에서의 인터뷰로 시작하여, 결혼식 장소인 프로빈스타운에서의 준비 과정과 하객 인터뷰, 결혼식 당일 푸티지를 거쳐, 다시 집으로 돌아온 후 같은 공원에서의 인터뷰로 막을 내린다. 이 수미상관적 구조의 작품은 아주 한정된 장소와 시간만을 다룬다. 그러나 관객들은 한 시간 반 동안 훨씬 긴 세월 선민과 로렌을 지켜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바로 그들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시선을 통해서다.

하객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커플을 이해하고, 보호하고, 또 함께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선민의 학교 선배 유니스는 남편과의 사별 경험을 꺼내며 법적 보호자라는 지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래서 왜 선민과 로렌의 관계가 인정받아야 마땅한지 역설한다. 로렌의 친구 앨리슨은 보수적인 남부지방의 가족들에게 동성 결혼식에 간다고 얘기했을 때의 반응을 공유하며 인식의 변화에 대한 희망을 준다. 로렌의 어머니 메들린은 성정체성을 이유로 부모님과 불화를 겪은 선민에 대해 “아들이 살인을 저지른 친구도 여전히 자식을 사랑한다”며, 또 다른 엄마의 역할을 채워주고 싶다는 바람을 말한다. 인터뷰라는 단조로운 형식의 반복에서도 얼마나 다양한 형태의 애정이 드러날 수 있는지.

<퍼스트 댄스>는 투박하다. 구성은 정직하다. 화면은 날 것의 모습을 담는다. 타이포그라피는 십 년 전 영화라는 걸 고려해도 촌스럽다. 심지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부부와 하객들의 춤사위도 어설프다. 하지만 감독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모든 요소가 선민과 로렌 부부를 향한 애정어린 시선과 어우러져 어딘가 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어차피 우리 레즈비언들은 투박하기로 유명하지 않았던가.

동성 부부의 결혼식에서 핸드폰을 보는 사람이 적은 건, 부부가 특별히 더 훌륭한 삶을 살아서는 아닐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동성 결합이라 가까운 사람들밖에 부를 수 없는 제약과 그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부부를 응원해 주고 싶은 하객들의 마음이 함께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동성 결혼이 더 흔해지고, 마침내 법적으로 인정받으면 이런 풍경도 점점 더 없어질 테다. 친하지도 않은 레즈비언 직장동료의 결혼에 초대받아서 내심 축의금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사람. 몇 번 보지도 못한 친구의 게이 아들 결혼에 품앗이 개념으로 참석한 하객. 이런 사람들이 비중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사람들이 하품을 참으며 예식 때 SNS나 들여다보는 퀴어 웨딩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성 부부의 결혼식이 "가도 별로 기억도 남지 않"는 날을 기대해 본다. 그때가 와도 <퍼스트 댄스>가 있으니까, 억압이 있던 시절에는 예식이 이렇게 아름다웠다며 추억할 수 있겠다.

+) 일 년 반 전, '레즈비언인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다. 미국에서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며, 조만간 한국에 방문하니 꼭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시간을 내서 함께 저녁을 먹었었는데, <퍼스트 댄스>를 재생하고 어쩐지 익숙한 얼굴이 보여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때 그들이 바로 선민과 로렌이었다. 덕분에 영화를 보며 '선민 씨는 원래 외향적이시구나, 모르는 사람한테 대뜸 이메일을 쓴 게 괜히 그런 게 아니었네'라든지 '나만 로렌이 차분한 연상이라고 오해한 게 아니었네' 같은 개인적으로 즐거운 감상 포인트가 있었다. 두 시간 남짓 함께 밥을 먹으며 나눈 대화가 전부지만, 추정컨대 "끝내주는 엄마가 될 거"라는 영화 속 로렌의 대사는 이루어진 것 같았다.




글쓴이. 김규진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저자.
딸이 조금이라도 더 허용적인 세상에서 자랄 수 있도록 말을 하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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